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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김광석
    플래닛 사랑/▶가요음악방◀ 2006. 7. 21. 23:58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김광석



      지난 1월 6일 새벽에
      우리는 착하고 멍청한(?) 통기타 가수 한 사람을 하늘나라로 올려보냈다.
      벌써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아직도 꿈 속에서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일 뿐이다.
      왜 그랬을까 하는 것은 중요하지도 않고
      그냥 '광석이는 없다'라는 현실로 돌아올 때마다
      나의 모든 것이 무기력해질 뿐, 아무런 느낌조차 오지 않는다.
      이젠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84년, 어느 녹음실에서 나는 광석이를 만났다.
      뭐가 그리 좋은지 마냥 '히히'거리며,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느닷없이
      "뭐 하시는 분이세요? 히히, 저는 맨날 이렇게 놀고먹는 놈이랍니다."하고
      인사를 건네던 녀석,
      광석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듬해 85년 여름, 내가 홍대앞 부근에서 카페를 하면서
      음악하던 선후배 그리고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고
      술에 취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도,
      이 개구장이 녀석은 "히히, 여기 숨어있으면 못 찾을 줄 알았지?" 하며
      또 다시 불쑥 나타났고,
      90년, 원판가게를 하며 그 동안의 통기타 생활을 정리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에도,
      "요놈아 내가 왔다. 아무리 숨어도 소용없지?"하며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개구장이 녀석은 이후에도 불쑥불쑥 나타나서는
      나를 여기저기 데려가서 자기가 맡은 프로에서 느닷없이 노래도 시켰다.
      또 어떤 때는 새벽에 집으로 전화를 해서는
      커피를 사달라 술을 마시자 하면서 땡강(?)을 부리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얼굴은 웃고 있었어도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꾸준한 노력으로 광석이는 상당히 성숙한 음악을 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후배나 동료 잘되는 꼴을 못보는 망할 놈의 통기타 바닥!
      나는 학기와 그리고 광석이의 아내, 또 광석이의 친구들에게서
      그동안 전혀 몰랐던 10여년 동안의 통기타 가수 김광석의 고뇌를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광석이는 몹시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잘 나간다는 댓가로 싫은 소리도 듣고 욕도 먹고
      뒤에서 손가락질도 해대고,
      그래서 개구장이 녀석이
      언제부터인가 풀죽은 녀석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1996년 1월 6일 새벽에
      이 개구장이 녀석은 훌쩍 위(?)로 올라가 버렸다.
      맨 처음의 개구장이 모습을 다시 찾지 못한 체로 말이다.
      나도 한명의 죄인이고 그 외에 통기타를 들고 다니면서
      광석이에게 형이란 소리를 듣던 이들도
      모두가 광석이를 일찍 하늘나라로 올려 보낸 죄인들이다.
      이제와서 반성하고 울어대면 뭘하나.
      이 망할 놈의 개구장이 녀석!
      저 위에서 낄낄거리며 내려다 보고 있겠지.
      왜 그래야만 했을까?
      몇 십년이 지나야 올라가서 물어볼 수 있을 게다.
      광석이는 무진장 순진했고 무진장 착했으며
      무진장 개구장이였고 무진장 노래를 잘 했던 녀석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다.
      "히히, 나 광석이야."
      망할 놈! 괘씸한 놈! 꽤나 보고싶다....


      - 이원재 씀 -








      광석아..

      오랜만에 내 방 책상위에 앉았다.
      컴퓨터에도... 악기위에도..나의 한가로움에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고..
      1월 22일. 오늘이 너의 생일인데
      같이 밥먹고 술 마시고 당구도 쳐야 하는데...
      벌써 16일이 지났구나
      문득 니가 없음에 익숙해져가는 나를 발견하며...
      그게 서운하고... 미안하고... 또 허무해...
      너의 그 주름진 웃음... 파계승 같다던 짧아진 머리...
      독수리 발톱같던 오른손톱...쳐진 어깨...
      흙내음 나던 목소리... 휘적이던 걸음...
      내 무딘 기억력이 얼마동안이나 잡아둘 수 있을런지
      몇 일전 내 꿈에 찾아온 네 모습
      너의 맨발이 시려 보였어. 그 파란 트레이닝 바지도.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연극 같았던 너의 마지막 모습. 이제야 새삼 네가 이 곳에 없음이 느껴져.
      부디 좋은 곳에 있길...

      1996년 1월 22일 새벽 4시 47분


      - 학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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